핑크색의 부드러운 식감에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건강 식품으로 알려진 연어. 연어에 손상된 우리 몸을 치유해주는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확하게는 연어의 정액에서 추출한 DNA 조각(PDRN®)이 인대·힘줄·피부 등 우리 몸 속 조직의 재생과 염증 완화에 특별한 효과를 낸다. 연어 정액 추출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주사제, 점안액)은 국내 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재활의학과·성형외과·피부과 등에서 근골격계 질환이나 화상·욕창 환자에게 많이 쓰이고 있다.

연어는 인간과의 생체 적합성이 높으면서도 정액의 대량 채취가 가능하고 안전성이 높은 어류이다. 연어 정액 속에서 DNA를 뽑아 특정 길이로 자른 것을 'PDRN'이라고 하는데, PDRN®이 약리(藥理) 작용을 갖고 있다. PDRN®은 우리 몸의 상처 회복을 촉진한다. 우리 몸의 상처는 염증기→증식기→성숙기를 거치는데, PDRN®을 주입하면 세포에 있는 '아데노신 A2A수용체'를 자극해 염증기에는 항염증 효과를 내고, 증식기에는 각종 성장인자(FGF, IGF 등)의 분비를 촉진해 조직이 빨리 재생될 수 있도록 한다. 성숙기에는 손상된 DNA가 빨리 합성하도록 도와 상처 회복이 빨리 이뤄진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심성은 교수는 "우리 몸은 손상이 되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기전이 있는데, PDRN®은 우리 몸이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도 빨리 회복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PDRN®은 사람의 태반(胎盤)에도 들어있다. 그러나 의약품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인체조직 사용에 대한 일부 거부감이 있고,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어류 속 PDRN®은 1990년대 이탈리아에서 처음 효능이 밝혀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연어과 어류인 송어에서 PDRN®을 추출했는데, 조직재생·항염증 효과를 인정받아 1995년 의약품으로 개발됐다. 제약업체 파마리서치프로덕트 김익수 부사장(약사)은 "매년 가을 동해안으로 회귀하는 첨연어(연어의 일종)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첨연어의 PDRN®이 송어의 그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어의 정액을 쓰면 연어 개체 보존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회귀해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은 정액을 알 위에 뿌려 수정을 한 뒤 죽는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도현 선임연구원은 "수컷 연어가 수정을 위해 모든 정액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버려진 연어 정액을 활용해 의학적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연어 한 마리당 채취할 수 있는 정액량은 10~15㎖이며, 이중 채취되는 PDRN®은 5% 미만이다.

현재까지 PDRN® 효능 관련 연구는 100여 건 이상 나왔다. 대부분 힘줄·인대 재생, 피부 상처에 대한 효능이다. 2014년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힘줄·인대 손상 환자 138명을 대상으로 PDRN®주사제를 투여했더니 환자 79%가 통증이 감소했다. 심성은 교수는 "인대·힘줄은 혈관이 별로 없어 손상되면 재생이 잘 안되는데, PDRN® 주사는 인대·힘줄을 치료하는 몇 안되는 재생의약품"이라고 말했다. 뼈가 보일 정도로 피부가 심하게 괴사된 욕창 환자에게 PDRN® 주사를 투여했더니 4주 만에 피부가 재생됐다는 임상결과도 있다. PDRN®은 안구건조증으로 손상된 각막의 염증을 치유하는 점안액으로도 쓰인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이준 약사(중앙약국)는 "PDRN® 성분의 점안액은 인공눈물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각막의 염증을 줄이고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3개월 정도 쓰면 안구건조증이 많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심성은 교수는 "연어 정액 속 DNA 구조는 사람과 거의 똑같고, DNA를 잘라낸 PDRN®은 사람 몸에도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